[생각] 입법절차의 위법과 그 법률의 효력
2009/10/30
이른바 미디어관련법(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보장에 관한 법률, 방송법, 인터넷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 등)의 처리과정상의 논란과 관련한 헌법재판소의 결정(2009.10.29,2009헌라8)이 있었다. 헌재의 결론을 요약하면 ‘절차는 위법’하지만, 국회의 입법자율권을 존중하여 그 법률들의 ‘효력은 유효’하다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주로 입법과정상의 절차에 주목한 이번 결정에서는 신문법과 관련하여 재판관 이강국, 조대현, 김희옥, 송두환의 위법의견이 밝히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국회의 심의절차는 표결절차와 마찬가지로 국회에 의한 의사결정에서 생략할 수 없는 핵심절차로서, 의회주의 이념을 기초로 하는 국회 입법절차의 본질적인 부분이므로 국회법 제93조는 심의절차를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반드시 거쳐야 할 절차로 규정하고, 특히 위원회의 심사를 거치지 아니한 안건에 대하여는 본회의의 의결에 의하여도 질의․토론 절차를 생략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안건에 관한 심의가 보장되도록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에서는 신문법 수정안에 대한 질의· 토론신청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사전에 부여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질의ㆍ토론절차를 생략한 피청구인의 의사진행은 국회법 제93조 단서에 명백하게 위반된다.”고 하였다.
또한 표결절차의 위법과 관련하여 재판관 이강국, 이공현, 조대현, 김희옥, 송두환의 위법의견이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헌법 제49조가 천명한 다수결의 원칙은 국회의 의사결정 과정의 합리성 내지 정당성이 확보될 것을 전제로 한 것이므로, 법률안에 대한 표결절차가 자유와 공정이 현저히 저해된 상태에서 이루어져 표결결과의 정당성에 영향을 미칠 개연성이 인정되는 경우라면, 그러한 표결절차는 헌법 제49조 및 국회법 제109조가 규정한 다수결 원칙의 대전제에 반하는 것으로서 국회의원의 법률안 표결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방송법과 관련하여 재판관 조대현, 송두환의 위법의견이 명백히 하고 있는 바와 같이 “질의와 토론의 기회를 실질적으로 부여하는 것은 의회민주주의 원리 등에서 도출되는 법률안 심의․표결권의 본질적 내용을 구성하므로, 질의․토론을 임의로 생략할 권한이 없는 피청구인이 장내소란을 이유로 질의․토론을 실시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것은 그 발언의 효력 유무와는 무관하게 질의와 토론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할 수 있는 것으로서 피청구인의 자율적 의사진행 권한의 한계를 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각 법률의 무효확인청구에 대한 판단에서 재판관 조대현, 송두환의 인용의견이 언급하고 있는 바와 같이 “법률안에 대한 국회의 의결이 국회의원들의 심의‧표결권한을 침해한 경우, 그러한 권한침해행위를 제거하기 위하여는 권한침해행위들이 집약된 결과로 이루어진 가결선포행위의 무효를 확인하거나 취소”하여야 하며, 이러한 “가결선포행위의 심의·표결권한 침해를 확인하면서, 그 위헌성․위법성을 시정하는 문제는 국회의 자율에 맡기는 것은, 모든 국가작용이 헌법질서에 맞추어 행사되도록 통제하여야 하는 헌법재판소의 사명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다수의 견해가 국회의 자율권을 고려하여 각 법률의 무효확인과 관련해서는 기각을 선고한 이번 결정은, 법원의 재판권을 존중하여 변형결정을 선고한 최근의 야간 옥외집회금지 헌법불합치결정(2009.09.24,2008헌가25)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논쟁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즉 다수의 비판적인 견해들은 헌재의 순수한 법리적 결론이라는 입장에도 불구하고 다분히 정치적인 고려에 치중한 것이라는 주장들이다.
위헌법률심판에서 이미 사실상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을 적용(그것도 형사재판에서)하는 법원과, 다수 재판관들이 인정한 입법절차의 명백한 위법이라는 과정상의 하자를 안고 유효한 결론만 취하고자 하는 국회를 바라보는 국민의 심정은 과연 어떠할 것인가?
다행히 야간옥외집회와 관련해서는 법원이 형사사법에 있어서 헌법불합치의 계속적용이라는 형식적 결론에 얽매이지 않고 헌법정신을 존중하여 최근 무죄판결을 선고한 사례가 나오고 있는 것은 개인적으로 바람직하고 다행스런 일이라고 생각한다.
민주주의에서의 절차적 정당성은 민주적 정당성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요소이다. 입법절차 위법확인법률의 무효선언이 논란을 없애는 확실한 방법일 것이지만, 헌법재판소의 고충의 결론인 변형결정과 마찬가지로 입법자율성 고려의 헌법정신들을 법원이나 국회가 존중하지 않는다면 헌법기관으로서의 권위는 유지하기 힘들 것이며, 비록 법적 책임으로부터는 회피가능할 수 있을런지는 모르겠으나, 정치적 심판으로부터는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생각된다.
[생각] 대통령 신임투표의 가능성
2009/10/20
국민투표에는 크게 본질적으로 그 성격을 달리하는 두가지의 종류가 있다. 그 하나가 국민표결(Referendum)이라고 하는 것으로서 어떤 ‘특정한 사안에 대한 결정’을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신임투표(Plebiscite)로서 ‘특정인에 대한 신임’을 묻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하는 것이다.
현행 헌법상의 국민투표는 헌법 제72조의 중요정책에 대한 국민투표와 헌법 제130조 제2항의 헌법개정에 관한 국민투표의 두가지로 규정되어 있으며, 모두 ‘국민표결(Referendum)’을 의미하는 것이고, 현행 헌법상 ‘신임투표(Plebiscite)’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다수학자의 견해이며 헌법재판소의 태도(2004.05.14,2004헌나1)이다.
노무현대통령의 탄핵과 관련한 위 결정에서 헌법재판소는 “국민투표는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사안에 대한 결정’ 즉, 특정한 국가정책이나 법안을 그 대상으로 한다. 따라서 국민투표의 본질상 ‘대표자에 대한 신임’은 국민투표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우리 헌법에서 대표자의 선출과 그에 대한 신임은 단지 선거의 형태로써 이루어져야 한다.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재신임을 국민투표의 형태로 묻고자 하는 것은 헌법 제72조에 의하여 부여받은 국민투표부의권을 위헌적으로 행사하는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국민투표제도를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정치적 도구로 남용해서는 안 된다는 헌법적 의무를 위반한 것이다. 물론, 대통령이 위헌적인 재신임 국민투표를 단지 제안만 하였을 뿐 강행하지는 않았으나, 헌법상 허용되지 않는 재신임 국민투표를 국민들에게 제안한 것은 그 자체로서 헌법 제72조에 반하는 것으로 헌법을 실현하고 수호해야 할 대통령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다.”라고 하였던 것이다.
헌법 제72조는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 헌법재판소의 입장과 마찬가지로 신임투표를 인정하는 것은 대의제에 기초한 대통령제에 반하는 것이라는 견해와 국민이 스스로의 정당성을 철회할 수 있는 것이므로 국민주권주의와 민주주의의 일반원리에 근거하여 인정할 수 있다는 견해의 대립이 있다.
문제의 핵심은 헌법 제72조의 성격이 ‘제한적, 한정적’ 규정인지, ‘예시적, 포괄적’규정인지의 성격규명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국민투표제도도 일종의 제도보장이라고 본다면 이는 ‘최소한의 보장’에 그치는 것이고, ‘최대한의 보장’을 규정한 것이 아니라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즉 동 조항의 성격은 ‘예시적, 포괄적’인 규정이므로 이를 넓게 해석하여 ‘중요정책’에 대통령 자신의 신임까지 결부시켜서 국민의 뜻을 묻는 것도 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전통적인 견해에서 신임투표를 국민투표의 내용에서 배제한 주된 이유는 신임투표가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오히려 집권자의 정당성 확보수단으로 악용된 부정적 경험에 치중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도 위 결정에서 “헌법 제72조는 대통령에게 국민투표의 실시 여부, 시기, 구체적 부의사항, 설문내용 등을 결정할 수 있는 임의적인 국민투표발의권을 독점적으로 부여함으로써, 대통령이 단순히 특정 정책에 대한 국민의 의사를 확인하는 것을 넘어서 자신의 정책에 대한 추가적인 정당성을 확보하거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는 등, 국민투표를 정치적 무기화하고 정치적으로 남용할 수 있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대통령의 부의권을 부여하는 헌법 제72조는 가능하면 대통령에 의한 국민투표의 정치적 남용을 방지할 수 있도록 엄격하고 축소적으로 해석되어야 한다.‘고 함으로써 그 배경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 정보화사회와 문화국가에서는 국민의 뜻을 확인하는 소통의 방법으로 유용할 뿐만 아니라, 특히 5년 단임제의 제한이 있는 우리의 경우 제도적 악용의 위험도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모든 문제들을 국민투표의 대상으로 하여 대통령의 신임과 결부시킬 수는 없을 것이지만, ‘사안’에 따라 또는 ‘대통령의 결단’에 따라 국민의 의사를 재차 확인할 필요가 있을 정도의 ‘중요정책’이라고 판단되는 사항에 한해서는 스스로의 신임을 연계시키는 것도 현행 제도상으로도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생각] 헌법재판소 변형결정의 효력
2009/10/15
헌법재판소의 변형결정에 대하여 그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기 위한 헌법재판소법 개정안 제출과 관련하여 대법원이 반대의 의견서를 제출함에 따라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해묵은 논쟁이 재연되고 있는 양상이다.
변형결정이라 함은 합헌결정이나 위헌결정 이외의 변형된 형식의 헌법재판소 결정으로서 한정합헌, 한정위헌, 헌법불합치결정 등을 말한다. 이는 위헌결정이 초래할 법적 공백이나 혼란을 최소화하고 가능한 한 입법자의 입법형성권을 존중하기 위한 헌법재판소의 고민의 산물이다.
쟁점이 되고 있는 현행 헌법재판소법 제45조에서 “헌법재판소는 제청된 법률 또는 법률조항의 위헌여부만을 결정한다. 다만, 법률조항의 위헌결정으로 인하여 당해 법률 전부를 시행할 수 없다고 인정될 때에는 그 전부에 대하여 위헌의 결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대법원은 헌법재판소가 할 수 있는 결정의 형식은 위헌과 합헌결정에 국한되는 것이므로 변형결정의 효력은 법원을 구속하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헌법재판소는 이 규정의 의미가 헌법재판소가 구체적인 사건에 있어서의 사실적, 법률적 판단만을 금지하는 것이지, 당해 법률의 위헌심사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며, 위헌결정의 형식은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헌법재판소의 재량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정위헌결정의 효력과 관련하여서는 1996년 대법원이 구 소득세법 제23조 제4항에 대한 한정위헌결정의 효력을 무시하고 판결한 사안(95누11405)에 대하여 1997년 헌법재판소가 “구체적 사건에서의 법률의 해석ㆍ적용권한은 사법권의 본질적 내용을 이루는 것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법률에 대한 위헌심사는 당연히 당해 법률 또는 법률조항에 대한 해석이 전제되는 것이고, 헌법재판소의 한정위헌의 결정은 단순히 법률을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적용함에 있어서 그 법률의 의미와 내용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법률에 대한 위헌성심사의 결과로서 법률조항이 특정의 적용영역에서 제외되는 부분은 위헌이라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헌법재판소의 한정위헌결정은 결코 법률의 해석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단순한 견해가 아니라, 헌법에 정한 권한에 속하는 법률에 대한 위헌심사의 한 유형인 것이다.”라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1997.12.24,96헌마172ㆍ173(병합)]
헌법불합치결정의 효력과 관련하여서는 대법원도 “법률의 위헌 여부의 심판제청은 그 전제가 된 당해 사건에서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조항을 적용받지 않으려는 데에 그 목적이 있고, 헌법 제107조 제1항에도 위헌결정의 효력이 일반적으로는 소급하지 아니하더라도 당해 사건에 한하여는 소급하는 것으로 보아,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 조항의 적용을 배제한 다음 당해 사건을 재판하도록 하려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다고 보여질 뿐만 아니라, 만일 제청을 하게 된 당해 사건에 있어서도 소급효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제청 당시 이미 위헌 여부 심판의 전제성을 흠결하여 제청조차 할 수 없다고 해석되어야 하기 때문에, 구체적 규범통제의 실효성을 보장하기 위하여서라도 적어도 당해 사건에 한하여는 위헌결정의 소급효를 인정하여야 한다고 해석되고, 이와 같은 해석은 이 사건에 있어서와 같이 헌법재판소가 실질적으로 위헌결정을 하면서도 그로 인한 법률 조항의 효력상실시기만을 일정기간 뒤로 미루고 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하고 있다.(대법원 1991.6.11. 선고 90다5450 판결)
헌법재판소법 제45조의 의미는 위헌법률심판에서의 위헌결정의 일반적 내용을 규정한 것이지 위헌결정의 구체적 형식을 정의한 것으로 볼 수는 없으며, 결정의 형식은 법적 안정성과 입법자의 의도 등을 존중하여 헌법재판소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므로 개정법률로써 권한의 경계를 명확히 하는 것도 의미있는 일일 것이지만, 현행 법률의 해석상으로도 변형결정의 효력은 위헌으로 판단된 범위 내에서는 당연히 법원을 기속하는 것으로 본다.
[생각] 음주측정강제의 위헌성
2009/10/14
현행 도로교통법은 제44조 제2항에서 “경찰공무원(자치경찰공무원을 제외한다. 이하 이 항에서 같다)은 교통의 안전과 위험방지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거나 제1항의 규정을 위반하여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등을 운전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운전자가 술에 취하였는지의 여부를 호흡조사에 의하여 측정할 수 있다. 이 경우 운전자는 경찰공무원의 측정에 응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일정한 경우에 음주측정을 강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헌법상 불리한 진술의 강요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진술거부권의 문제, 강제처분에 대한 영장주의의 문제, 형사처벌을 위한 적법절차의 문제, 그리고 음주측정의 강제가 개인의 양심을 제한하는 것인가의 문제와 헌법상의 행복추구권에서 유래하는 개인의 일반적행동자유권을 침해하는가의 문제 등이 있다.
헌법재판소는 1997.03.27, 96헌가11결정에서 주취운전의 혐의자에게 호흡측정기에 의한 주취여부의 측정에 응할 것을 요구하고 이에 불응할 경우 처벌한다고 하여도 음주측정은 호흡측정기에 입을 대고 호흡을 불어 넣음으로써 身體의 物理的, 事實的 상태를 그대로 드러내는 행위에 불과하므로 이를 두고 “진술”이라 할 수 없어 형사상 불리한 “진술”을 강요하는 것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으므로 헌법 제12조 제2항의 진술거부권조항에 위배되지 아니한다고 하였다.
또한, 영장주의와 관련해서는 음주측정은 성질상 강제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궁극적으로 당사자의 자발적 협조가 필수적인 것이므로 法官의 令狀을 필요로 하는 强制處分이라 할 수 없어 영장주의에도 위배되지 아니하며, 추구하는 목적의 중대성(음주운전 규제의 절실성), 음주측정의 불가피성(주취운전에 대한 증거확보의 유일한 방법), 국민에게 부과되는 부담의 정도(경미한 부담, 간편한 실시), 음주측정의 정확성문제에 대한 제도적 보완(血液採取 등의 방법에 의한 再測定 보장), 처벌의 요건과 처벌의 정도(測定不應罪의 행위주체를 엄격히 제한) 등에 비추어 合理性과 正當性을 갖추고 있으므로 헌법 제12조 제1항의 적법절차원칙에 위배된다고도 할 수 없다고 한다.
그리고 음주측정요구에 처하여 이에 응하여야 할 것인지 거부해야 할 것인지 고민에 빠질 수는 있겠으나 그러한 고민은 선과 악의 범주에 관한 진지한 윤리적 결정을 위한 고민이라 할 수 없으므로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으며, 입법목적의 중대성, 음주측정의 불가피성, 국민에게 부과되는 부담의 정도, 처벌의 요건과 정도에 비추어 과잉금지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일반적 행동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없어 합헌이라고 하였다.
헌법재판소의 위와 같은 입장과 마찬가지로 주취운전은 개인의 생명, 신체에 대한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생명과 신체, 재산에 미치는 영향이 예상하기 힘들 정도로 중대한 사안이므로 음주측정거부자에 대하여 주취운전자와 동일한 형으로 처벌하는 것 또한 헌법상 비례의 원칙에 비추어 보아도 합리적인 범위 내의 것으로서 합헌적이라고 생각한다.
[생각] 가산점제도의 위헌성
2009/10/11
가산점제도란, 일정한 취업보호실시기관이 채용시험을 실시할 경우 국가유공자, 제대군인 등이 그 채용시험에 응시한 때에는 일정한 가산점을 부여하는 제도를 말한다. 제대군인 가산점의 경우는 1999년 12월 23일 위헌결정을 받아 이미 효력을 상실하였고(98헌마363), 국가유공자 가산점의 경우도 2006년 2월 23일 헌법불합치결정으로 2007년 6월 30일을 시한으로 개선입법을 조건으로 계속 적용되었었다.(2004헌마675)
헌법재판소 전원일치의 의견으로 위헌결정을 선고 받은 제대군인에 대한 가산점제도에 대하여 병무청이 10월 9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서 ‘병역의무 이행자가 우대받는 사회 풍토 조성을 위해 군필자에 대해 정부기관·공사단체 채용 때 가산점을 부여하는 병역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힘으로써 다시금 논란이 되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무엇보다 남성과 여성, 남성 중에서도 현역복무나 상근예비역 소집근무를 할 수 있는 신체건장한 남자와 그렇지 못한 남자, 즉 병역면제자와 보충역복무를 하게 되는 자를 차별하는 것이라는 점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더불어 직업의 자유와 관련한 공무담임권의 제한문제, 직업공무원제도의 본질적 내용의 침해여부 등도 아울러 검토되어야 할 쟁점들이다.
먼저, 직업의 자유 중 직업결정(선택)의 자유에 대하여 특별한 관계에 있는 공무담임권의 제한과 관련해서는 능력주의의 핵심적 내용인 공무수행능력과는 상관없는 단순한 병역의무이행여부를 기준으로 여성과 병역면제자 등의 공직취임권을 박탈하는 것이 헌법상 과잉금지원칙(비례의 원칙)에 부합할 것인가의 문제가 있다.
제대군인가산점제도는 군 복무를 한 남성이 종래 우리 사회에서 차별을 받아 온 집단이 아니고, 주로 헌법에서 특별히 평등을 요구하고 있음에도 차별적 취급으로 인하여 관련 기본권에 중대한 제한을 초래하게 되는 여성과 병역면제자, 제한적 복무자(보충역)를 차별하는 제도이므로 차별취급을 위해서는 역시 엄격한 심사기준인 비례의 원칙에 적용되어야 한다.
직업공무원제도의 보장과 관련해서는 비록 제대군인가산점제도가 승진이나 봉급 등의 공직 내부에서의 차별이 아니라 공직에의 진입자체를 어렵게 함으로써 여성과 제대군인이 아닌 남성으로부터 직업선택(공직취임)의 기회를 원천적으로 박탈하기는 하지만, 이를 완전히 배제하고 있는 것은 아니어서 직업공무원제도의 보장으로서의 최소보장의 원칙에는 반하지 않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이해한다.
헌법재판소는 “제대군인 가산점제도는 아무런 재정적 뒷받침없이 제대군인을 지원하려 한 나머지 결과적으로 여성과 장애인 등 이른바 사회적 약자들의 희생을 초래하고 있으며, 각종 국제협약, 실질적 평등 및 사회적 법치국가를 표방하고 있는 우리 헌법과 이를 구체화하고 있는 전체 법체계 등에 비추어 우리 법체계 내에 확고히 정립된 기본질서라고 할 ‘여성과 장애인에 대한 차별금지와 보호’에도 저촉되므로 정책수단으로서의 적합성과 합리성을 상실한 것”이라고 하고 있다.
국가유공자에 대한 가산점제도에 대한 헌법불합치결정에 대하여는 그 후 개정된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은 국가유공자·애국지사 본인, 전몰·순직 군경, 순직공무원의 유족에게는 10%의 혜택을 주지만 해당 가족과 전몰·순직 유자녀의 자녀 중 한 명 등은 5%를 주는 것으로 조정했다. 그 동안은 국가유공자 본인 뿐만 아니라 그 가족까지도 일률적으로 10% 가산점을 적용해 왔던 것이다.
최근의 국정감사 답변과 관련하여 병무청의 제대군인에 대한 가산점제도 도입을 위한 개선입법의 입장도 국가유공자에 대한 가산점제도에서와 같이 제도 그 자체의 입법목적은 정당하므로 위헌이 아니지만, 3~5%에 이르는 가산점의 범위가 지나치게 높아 위헌적인 것이므로 이를 적정한 수준으로 조정하여 합헌적인 것으로 해석함으로써 가산점제도의 부활을 도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가산점제도가 승진이나 봉급 등의 공직 내부에서의 차별이 아니라 공직에의 진입자체를 어렵게 한다는 데 있다. 또한 제대군인에 대한 가산점은 우선적 근로기회의 제공 등에 대한 헌법 제32조 제6항의 근거를 두고 있는 국가유공자에 대한 가산점과는 달리 헌법적 근거가 취약하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또한 개정된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상의 5~10% 혜택도 개인적으로는 지나치게 과도한 느낌이 있다.
헌법적 근거가 취약한 가산점제도가 아니라도 승진이나 봉급 등의 공직 내부에서의 혜택부여나 일정한 ‘사회적응자금’ 명목의 지원금이나, 이미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현행법상 별도의 연금 보험료 납부 없이 6개월간의 가입 기간을 인정해 주던 것을 복무 기간 전체인 2년으로 늘려 인정하도록 국민연금법을 개정하는 방안 등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국가유공자의 예우를 반대할 사람은 별로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본인이 아닌 가족에 대한 과도한 가산점문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 굳이 공직시험에서의 가산점이 아니더라도 기존의 보훈급여금의 대상과 금액을 늘리는 방안, 기타 취업지원, 교육지원, 대부지원, 의료지원, 양로지원, 양육지원 등 그 밖의 지원 방법 등을 보다 더 확대하는 대책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
공직시험에 있어서의 가산점 문제는 공정한 출발의 문제이다. 출발의 불공정성은 의도하지 않은 사회적 신분의 창출로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 더군다나 경제위기의 상황과 맞불려 오늘날의 위험사회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공직으로의 선호가 몰리고 있고, 1%미만의 점수로 당락이 결정되는 현실에서는 2%이상의 가산점부여는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도 중대한 위협이 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헌법재판소의 입장도 제대군인에 대한 가산점과 관련해서는 가산점제도가 정책수단으로서의 적합성과 합리성을 상실한 것이라고 했다가, 국가유공자에 대한 가산점에 대해서는 다수의견이 정책수단으로서의 적합성을 인정하면서 목적과 수단간의 비례성을 충족하지 못하여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예외적으로 가산점제도를 인정하더라도 가능한한 평등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도록 주의깊은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